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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 아닌 인문학으로 읽는 성(性)
[서평] 임해리 작가의 '불멸의 성'
기자뉴스 김철관 기자   |   2023-01-15

▲ 표지  © 기자뉴스


“남녀 성문제는 관계 사이에 소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더 세밀히 살펴보면 성에 대한 편견과 억압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남녀의 성은 하나의 행성과 또 다른 행성의 만남인 동시에 한 세계와 다른 세계의 조우이다. 그것이 동물의 번식 욕망인 교접과 다른 의미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발달은 인간의 욕망을 상업화시켜 성을 소비적이고 배설적인 출구로 전락시켰던 것이다.” - 임해리 작가의 <불멸의 성> ‘본문 중에서’

 

성의 역사부터 체위까지, 섹스이야기가 쾌락 대신, 성을 인문학의 관점에서 다룬 책이 화제다.

 

임해리 작가가 펴낸 <불멸의 성, Immortal Sex>(노드미디어, 2022년 10월)은 성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행복한 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일깨워 준다.

 

그럼 먼저 우리 역사 속의 성 풍속은 어땠을까. 저자는 욕망으로서 본 사회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개방적인 성 풍속 및 왕실 근친혼과 동성애가, 조선시대에 와 유교 이념으로 인해 보수적으로 변한 듯했지만, 왕실과 양반가의 성 스캔들과 궁녀 동성애, 승려의 동성애 등이 빈번했고, 조선시대 춘화집과 성소화집은 자유로운 성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담았다.

 

이는 인간의 욕망은 억압할수록 금기를 넘어서라도 욕구 또한 그만큼 강할뿐더러 성적욕망은 인간의 기본적인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 예로 조선후기 <진담록, 陳談錄>의 ‘뼈 맛을 보여주지 못해 한스러워하는 늙은이’ 일화는 성에 대한 쾌락을 노골적으로 비유하고 있다.

 

“큰딸은 집이 다소 부유할 때 시집을 보냈는데, 신랑은 스무 살이었다. 큰딸을 시집보낸 후, 갑자기 가세가 기울었다. 아버지는 남은 두 딸을 어쩔 수 없이 시집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둘째 딸은 재취로 시집을 보냈고, 신랑은 마흔 살이었다. 셋째 딸은 삼취로 시집을 보냈는데 신랑은 쉰 살이었다. 어느 날 친정에 와서 세 딸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큰딸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남자의 양물에 뼈가 들어 있더라’ 둘째 딸이 말했다. ‘아니야! 힘줄이 들어 있는 것 같던데’ 그러자 셋째 딸이 말했다. ‘그것도 아니고 껍데기와 고기뿐이던데요’ 그때 마침 아버지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 집안 모양새가 낭패를 당한 까닭에 둘째와 셋째에게는 뼈 맛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구나. 참으로 한스럽구나.” - 본문 중에서

 

이 세상에 죽었다 살아난 것은 페니스뿐이라는 말은 있지만, 그것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것 또한 자연의 이치라는 것도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다. 옛말에 ‘남자는 문지방 넘을 기운만 있어도 자식을 낳는다’고 하였으니, 남성들의 페니스 콤프렉스는 오랜 역사의 유산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여성과 남성의 성기에 대한 이황(퇴계, 1501~1570) 선생의 풀이를 기록한 <보지자지, 寶池刺之> 일화는 성리학의 거두답게 성에 대한 진진한 논리를 펼친다. 명종 때 어떤 선비가 퇴계 이황 선생과 남명 조식 선생을 찾아가 보지와 자지에 대해 물었다. 조식 선생은 미친놈이라고 쫓김을 당했고, 퇴계 선생은 ‘보지는 걸어 다닐 때 감추어지는 것으로, 보배로운 것이지만 시장에는 없는 것이오’ 자지는 ‘앉아 있을 때 감추어지는 것으로, 찌를 수는 있으나 전쟁에서는 쓸 수는 없는 것이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춘화도는 일반적으로 남녀간 성애,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표현한 그림을 지칭한다. 조선시대 춘화집인 김홍도의 <운도도첩>은 비와 구름이 엉키듯 남녀 성행위를 비유한 것이고, 신윤복의 <건곤일회첩>은 하늘과 땅, 즉 남녀가 만나 성애를 하는 그림이다. <운우도첩>은 양물과 음부 노출로의 남녀 성욕 상징과 양반의 성적욕구, 장년의 남녀 욕정, 남성 몸 위의 여성 상위, 절에 온 여인과 노승의 성희 모습, 임산부를 남성 사타구니 사이로 앉혀 성행위를 하는 모습 등의 그림으로 표현을 했다. <건곤일회첩>은 기생과 성애 모습, 젖가슴과 음부 애무, 흥분과 성애의 기술, 여종과 성희, 여성들의 춘화 감상, 임신한 여성과의 성행위, 정상위 체위, 발기된 남자의 남근 등을 표현했다. 신윤복은 <건곤일회첩>은 여인이나 기녀를 주인공으로 했고, 그들의 성애에 있어 남성보다 우의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별전은 조선시대 기념주화나 장식용, 패물 등으로 쓰였던 특별한 돈을 일컫는다. 이중 체위별전은 성교의 체위를 새긴 것이다. 앞면에 풍화설월(風花雪月)이란 글씨가 양각되어 있고, 뒷면에는 남성 상위, 후배위, 좌위, 입위 네 종류이지만 이를 돌리면서 보면 최고 16개의 체위가 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은 문학과 영화 속의 성을 다루었다. 색정광인 남녀주인공인 작품, 동성애 남녀, 장애자의 성, 섹스리스 부부, 사랑과 권력, 인공지능과 사랑, 노인의 사랑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섹스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금기를 파헤쳤다.

 

억압에서 평등과 자유를 향한 성에 대한 글도 눈길을 끈다.

 

성행위를 하는데 있어 물과 불의 작용으로 음식을 만들 듯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쾌락을 맛볼 수 있으니, 남녀 교접에 있어 도(道)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황제가 기가 쇠약해 소녀에게 묻는 <황제소녀경, 皇帝素女經>에 나온 글을 저자가 인용했다. 또한 황제는 ‘성관계에 있어 절도(節度)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소녀에게 묻는다.

 

“남녀 교접 의도는 예로부터 기본자세가 있습니다. 우선 기를 안정시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뜻을 조화롭게 하여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면 신명이 돌아와, 추워도 더위도 느끼지 않고, 배고픔도 배부름도 느끼지 않게 됩니다. 몸이 누리고 신체가 안정되면 성질이 풀리고 느려집니다. 남자의 그것을 얕게 넣어 천천히 움직여 출입을 드물게 하려고 하면 여자는 쾌감을 느끼고 남자는 왕성하여 약해지지 않습니다. 이것을 절도(節度)라고 합니다.” - 본문 중에서

 

그럼 웰빙 섹스(well being sex)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남녀의 섹스는 맞춤복과 같다는 것이다. 남자의 성기 모양도 저마다 다르고 여성의 모양과 위치도 다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남자들의 로망은 이른바 대물콤플렉스에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이즈 길이나 굵기가 아니다. 성행위할 때의 분위기와 대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친밀감, 안정감이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 분문 중에서

 

섹스리스(sexless)는 성기능 저하와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독신들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독신들도 성에 대한 지식과 올바른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기적인 자위와 운동을 통해 자신의 신체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섹스는 몸의 대화이며 인간 평등의 필수조건”이라며 “색을 구별하지 못하듯 성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무장된 상태도 색맹(色盲)”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임해리 박사는 서울 북촌에서 출생해 대학원에서 조선 후기 실학 등을 연구했다. 저서로 <혼자 잘살면 결혼해도 잘산다>, <SQ를 높여야 연애에 성공한다>, <우리 역사 속 못 말리는 여자들>, <여성 눈으로 본 세계>, <누가 나를 조선 여인이라고 부르는가>, <사임당>, <오래된 미래를 꿈꾸다-제주 중앙로 상점가 이야기> 등이 있다. 제주에서 8년간 거주하다 현재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며 성 콘텐츠를 소재로 한 유튜브 <헬렌Q>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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