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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 없는 저자의 뜻밖의 책, 예술가 은밀한 삶 알게 했다

[서평] 변종필 미술평론가의 '아트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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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관 기자 2017-10-06

▲ 표지     © 아트


인맥, 총격, 빈부, 스캔들, 재판, 장애, 편지, 사과(과일), 패러디, 표절 등 예술가들의 은밀한 삶을 공개한 책이 나왔다. 다양한 철학과 가치관을 가진 저명 화가들의 모습을 적난하게 파헤쳤다고나 할까.

 

뜻밖에 우편을 통해 지난 9월 중순 집으로 배달된 책이라서 추석연휴를 통해 재미있게 읽었다. 예쁜 포장을 뜯으니 책이 나오고 그 안에 엽서에는 오늘 도착한 뜻밖의 책 선물이 당신에게 행복이길 바랍니다라고 썼고, 저자가 직접 미흡한 책인데도 관심을 가져주셔 감사드립니다. 빠른 시일에 뵙기를 희망하며,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화가들의 낯선 뒷모습을 다룬 변종필(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장) 미술평론가가 쓴 <아트 비하인드>(아트, 20178)라는 책이었다. 평소 잘 아는 한 지인이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저자에게 책 선물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저자와는 일면식 없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어쨌든 <아트 비하인드>는 르네상스의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무크, 엔디 워홀. 고흐, 루소, 고갱, 피카소, 이중섭, 김홍도, 장욱진, 손상기 등 동서양과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들의 예술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했다. 특히 저자는 지난 20145월부터 한 매체에 연재한 칼럼 중 39편을 골라 엮었다고 밝히고 있다. 각자의 꼭지는 비교 대상 화가들을 한데 묶어 소개했다.

 

불치병과 장애, 인맥 등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비교했고, 비슷한 주제의 다양한 관점 등 화가들의 작품과 작품을 소개했다. 또한 진품과 위작, 패러디와 표절, 진실과 거짓 등 미술사에서 끊임없던 논쟁들을 비교했다.

 

저자가 맨 처음 소개한 툴루주로트레크와 손상기는 신체장애를 극복하며, 짧은 생에 동안 영혼의 그림을 그린 대표적인 화가이다. 육체적 한계를 극복했고 현실을 중시하며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회화로 표현했다.

 

동서양 미술계를 통틀어 인맥의 종결자는 누구일까. 바로 마네와 김홍도이다. 마네는 오토 숄테레, 자샤리 아스트뤼크,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밀졸라, 에드몽 메르트, 프레데리크 바지유, 클로드 모네가 등 당대 저명한 인상파 화가 그리고 지식인들과의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었다.

 

김홍도는 정조라는 절대 권력을 등에 업고 예원의 총수 강세황을 스승으로 모셨고, 사대부와의 돈독한 관계 그리고 한양 제일의 갑부 김한태·김광국과 같은 후원자들은 물론, 김웅환, 이인문, 이명기 등 동시대 화가들과 교유관계를 유지했다.

 

한국의 근현대화가 장욱진과 스위스의 화가 클레는 어지럽고 복잡한 내면을 비우고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함을 그림으로 표현한 공통점이 있다. 특히 동화 같은 자유로운 상상과 기하학적 순수형태로 이루어진 조형방식은 물론이고 독자적 작품세계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유사점이 많다. 말년 장욱진은 한층 간결한 필치와 자유로운 구도로 작품세계를 정립해 갔다면, 클레의 말년은 심한 우울증세가 나타나면서 고생스러웠다.

 

에드바르 뭉크와 앤디 워홀의 공통점은 잘 알고 지낸 여인에게 총격을 당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뭉크는 죽음과 공포라는 주제에 몰입해 심도 있는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면, 워홀은 총격사건이후 도전정신, 창작의지와 열정 그리고 당당했던 그 기세가 사그라졌다.

 

사랑과 예술이 담긴 그림편지의 주인공을 찾으라고 한다면 단연, 서양의 반 고흐와 동양의 이중섭이다. 이중섭(1916~1956)과 반 고흐(1853~1890)를 비교해보면 짧은 생애, 불행한 죽음, 주옥같은 명작, 열정과 재능 등은 닮은꼴이다. 그중 많은 편지를 남긴 부분이 다른 화가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공통점이다.

 

반 고흐는 짧은 생애 동안 900여 통을 편지를 남겼다. 이중 정신적 동반자이고 물질적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가 668통이다. 고흐는 작품의 제작과정과 색채, 구도, 작가관 등 자신의 생각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이중섭은 아내 마사코에게 그림엽서 100여점과 편지 38통을 보냈다. 그림엽서는 결혼 전 4년간의 연애시절 보낸 사랑의 징표이고, 편지는 전쟁과 가난으로 생이별한 후 주고받은 것으로 가족을 그리워했던 그의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삶은 어땠을까. 르네상스시대에는 교황, 대공, 군주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의 주관적 성향에 따라 예술가의 처우가 결정됐다. 두 화가는 르네상스 시대 최대 맞수였지만 삶은 대조적이었다.

 

미켈란젤로는 155cm의 왜소한 체구에 볼품없는 외모였지만, 당대 최고의 인기 조각가답게 많은 돈을 벌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수려한 외모와 매혹적인 언변, 탁월한 패션 감각까지 갖춰 그 주변에는 여자들이 따랐다. 뛰어난 천재적 재능이 있었어도 돈 벌기는 쉽지 않았고 늘 가난에 시달렸다.

 

말년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 누드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교황이 바꿀 때마다 곤혹을 치렀고 여든아홉 살에 동성연인 토마소 카발리에리의 팔에 안긴 채 삶을 마감했다. 말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준 프랑수아 1세의 요청으로 평생재산이었던 원고 묶음, 스케치, 그림 등을 마차에 싣고 프랑스로 가 풍족한 삶을 살았다. 프랑스에 초빙된 지 6년 만에 뇌졸중으로 동반자였던 프란체스코 멜치라에게 가장 아끼던 노트를 남기고 예순 일곱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 지난 9월 중순 우편으로 배달한 책의 메모이다. 일면식 없는 저자가 보낸 책 속 카드 메모글이다.     © 기자뉴스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예술가는 누구일까. 파블로 피카소와 마르셀 뒤샹이다. 피카소는 대중적인 인기가 높았고 뒤샹은 작가들의 정신적 우상이었다. 피카소가 입체파 리더로서 성공가도를 달릴 때, 뒤샹은 입체파의 조형성을 뛰어넘는 혁명적 기질로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술경매시장 최고의 인기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피카소와 생계를 위해 작품 판매를 혐오했던 뒤샹의 작가정신은 미술사에서 가장 대비되는 예술가의 모습이었다.

 

일반적 그림 정물화의 시조장 바티스 시메옹 샤르댕과 세잔식 정물화로 독창적 작품 세계를 정립한 폴 세잔은 정물화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인물이다.

 

사르댕은 사물의 상징적인 의미보다는 실제 존재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면서 정물화의 폭을 넓혔다면 세잔은 정물화를 깊이 연구해 어떤 다른 장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예술성을 입증한 화가이다. 세잔은 사과로 파리를 정복하겠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고, 그의 말을 뒷받침한 듯 20세기 최고의 화가 피카소는 나의 유일한 스승, 세잔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세잔이 밝힌 사과로 프랑스를 정복하겠다는 사과는 세상을 바꾼 과일로 상징화되고 있다.

 

사과로 창조적인 예술세계를 구현한 화가가 세잔이다. 아담, 파리스, 빌헬름 텔, 아이작 뉴턴, 폴 세잔,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사과이다. 아담이 금단의 사과로 밝힌 선악과부터 파리스 손에 쥐어진 황금사과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결정하는 증표였고, 부당한 권력의 압박에서 풀려나고자 한 빌헬름 텔에게는 사랑하는 아들의 목숨을 놓고 상대해야 하는 과녁이었다. 뉴턴에게 사과는 질량을 가지는 모든 물체가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음을 밝혔고, 하룻밤 사이에 2000억 원을 벌어 이목을 집중시켰던 잡스의 사과(애플)는 부와 명예를 안겨 준 브랜드였다. 폴 세잔이 그린 정물화 사과는 현대미술의 출발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사과는 시대에 따라 상장성이 다양한 과일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분문 중에서-

 

인간존엄성과 관련해 그린 그림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나 있을 법한 진실게임이 미술 분야에도 녹아 있다. 벤 샨이 그린 사코와 반젠티의 수난은 외면한 진실을 담았고, 부츠의 불의 시련무고한 백작의 사형집행은 밝히는 진실을 표현했다.

 

그림 사코와 반젠티의 수난은 피고인 사코와 반젠티에 대해 인간존엄성을 위한 무죄보다도 사법부의 권위와 조사위원들의 체면에 의해 죽음으로 몰아갔기에 진실을 외면한 재판으로 표현했다.

 

부츠의 무고한 백작의 사형집행불의 시련은 서로 연관성이 있는 그림이다. ‘무고한 백작의 사형집행은 백작이 누명으로 참수를 당한 모습이고, ‘불의 시련은 누명을 씌워 참수당한 백작의 부인이 진실을 알린 그림이다. 억울하게 참수당한 남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왕비와 비호세력에게 맞선 백작 부인의 당당한 모습을 담았다.

 

결국 불의 심판으로 백작의 결백이 밝혀지고 황제에게 거짓 증언을 한 왕비가 화형에 처해진다. 부츠는 오토 황제의 재판이 지닌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그림 속 배경과 화려한 옷차림을 당시 모습과 일치하도록 그렸다. 억울한 남편의 죽음의 결백을 증명한 아내의 헌신 덕분에 진실이 밝혀진 사건을 담은 불의 시련은 거짓은 진실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한다.

 

선과 색은 논쟁, 이성과 감성의 싸움, 예술과 범죄,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과 감상자들과의 거리 등도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감상자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최상의 거리로 로스코는 45cm, 뉴먼은 1m를 제시한다. 바로 거리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다.

 

이 책은 지적 즐거움, 사랑과 행복, 권력과 돈, 출세와 명예, 꿈과 희망 등 예술가들의 과거의 삶을 통해 현대인들의 삶에 시사점을 던져 준다.

 

저자 변종필은 경희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사학과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저서로 <단색화 미학을 말하다> <손상기의 삶의 예술> <한국현대미술가 100>(공저) 등이 있다.

기사입력 : 2017-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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